청년실업 문제는 이제 국가적 어젠다가 되었다. 청년실업의 장기화, 즉 청년층의 저소득층화와 빈민화는 사회불안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민의 체감 고용상황을 반영하는 ‘사실상 실업자 수’는 425만 명 정도로 계속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취업만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젊은이로 넘친다.
단 3일 고용하고도 취업자로 분류
특히 대졸 이상 실업자는 44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4만4000명보다 28%나 늘었다. 이렇게 고학력 취업에 비상이 걸리자 많은 대학이 학생 유치 전략의 핵심으로 졸업생 취업률을 홍보한다. 문제는 많은 대학이 너도나도 취업률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취업률이 1위라고 홍보한 4년제 대학만 무려 11곳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많은 대학이 취업자 조사 기준일인 매년 4월 1일 현재 주당 18시간 이상 취업한 상태이면 무조건 취업으로 인정하는 공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 졸업생 수백 명을 조사 기준일인 지난해 4월 1일 취업률 조사 목적으로 채용한 뒤 바로 같은 달 3일까지 단 3일만 고용하고도 취업률 산정에 포함시킨 대학도 있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취업률 부풀리기가 단순히 학교 홍보 차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부 대학이지만 실적을 올려 정부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취업률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금을 받은 어느 대학은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벤처기업을 창업해 졸업생을 취업시킨 뒤, 한 달 지나서 회사가 폐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취업률에 반영시켰다고 한다.
여기에 요즘 입학사정관제가 불공정 선발의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다 보니 대학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는 중이다.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금년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000년의 33.0%보다 16.9%포인트나 상승한 49.9%를 기록했지만 대학에 대한 신뢰도는 10년 전 65.4%에서 금년 67.1%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작년 모 언론기관의 직업 신뢰도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은 소방관이고 교수는 전체 33개 직업군 중 13위로 환경미화원과 이·미용사보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교수가 3위, 미국의 대학 강사가 4위의 신뢰를 받는 현실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대학의 경쟁력이고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경쟁력인데 국내 대학과 교수가 이 정도의 불신을 받는다는 건 대학의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정부가 올해부터는 대졸자 취업률 조사에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하는데 국회 박영아 의원이 공개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활용 취업률 현황’을 보면 졸업생 1000명 이상 4년제 대학 126곳은 취업률을 평균 28%포인트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들의 도덕성 수준이다.
정부지원금 삭감 등 불이익 줘야
대학이 수험생 학부모 기업 등 교육 수요자에게 취업률을 포함한 각종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은 대학의 교육품질을 평가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귀중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일은 교육정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대학 측으로선 이런 비도덕적 행위에 드는 비용이 비도덕적 행위로 발생하는 이익을 훨씬 초과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런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규범에 대한 ‘비준수 비용’이 ‘비준수 이익’을 훨씬 초과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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