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일수]檢, 검찰시민위원회 정착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창원지방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가 통장 양도 사건 피의자에 대하여 최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사는 애당초 기소할 계획이었지만 시민위원회의 결정에 승복하였다고 해서 세인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자 일부 비판론자는 수사의 주재자이자 공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이 같은 비리와 유혹의 온상이라는 전제 아래 검찰권 통제의 수단으로 상설특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이 와중에 검찰은 자체 개혁방안으로 내부감찰기구의 강화 및 내실화 외에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검찰시민위원회를 도입하여 검사의 기소독점과 기소재량을 견제하는 획기적인 안을 내놓았다. 미국식 ‘기소 대배심’에 준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검찰심사회제도와도 궤를 같이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민 차원의 민주적 통제라는 점에서 보면 일본식 전문가 통제보다 미국식 대배심의 이념에 가깝다.

종전에 검찰 내에 검찰권 행사를 보완하는 여러 심의기구가 있었지만 위원회 구성이 검찰에 우호적인 전문가로 채워진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었다. 만약 검찰시민위원회도 그런 성격을 띤 기구라면 기소권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없지 않았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검찰청 관내에 거주하는 일반시민 중에서 위원을 공모하고 지원자 중에서 위원을 선정한 까닭에 검찰시민위원의 상당수가 주부, 상인, 택시운전사, 농업인, 직장인 등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건전한 시민의식을 지닌 이 같은 일반인이 검찰시민위원으로 적극 나섰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처럼 검찰의 사실판단과 법적용 및 기소 여부 결정에 살아있는 법감정과 법의식을 지닌 일반시민이 참여함으로써, 그동안 검찰의 정의감정과 일반의 법의식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현격한 격차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민적 견제와 보완을 통해 결국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검찰 권력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검찰시민위원회가 고위공직자의 뇌물, 권력형 비리, 혹은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한다면 수사 결과의 공정성을 놓고 종종 벌어지던 불편한 진실 논란은 점차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어떤 제도라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약간의 시행착오와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장치로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깨어있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 더 나아가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의 의지와 서비스정신이다. 시민위원이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수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는 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갖는 높은 확실성의 심증과 기소단계에서 그보다 낮은 개연성의 심증 사이의 차등성을 조심스럽게 교시하는 일은 검찰이 우선적으로 섬겨야 할 몫이다.

여기에서 특히 유념할 점은 수사단계에서 이미 가열된 정치적 논란과 언론보도의 선정성에 휩싸이지 않고 사건의 실체에 편견 없이 접근하는 방도를 어떻게 확립하느냐이다. 그러려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불편부당성의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정치인의 당파적 발언과 언론의 추측성 보도 등이 소박한 시민위원의 판단을 혼란시킬 염려가 현실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검찰시민위원회가 공정한 검찰권 행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장치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김일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