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정책 ‘입안과 집행’ 일원화가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일 03시 00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교육과 과학기술의 시너지를 높이고 정부 부처를 줄인다는 명분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했지만 실패로 판명됐다. 뜨거운 교육현안에 매몰돼 중장기적 과학기술정책은 뒷전에 밀리기 일쑤였다. 과학기술인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를 홀대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비상설 자문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해 위상 및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은 ‘교육+과학기술’ 통합조직의 실패에 대한 반성을 깔고 있다.

그동안도 대통령이 국과위 위원장이었지만 정부 자문위원회가 아닌 행정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것은 처음이다. 국과위는 내년 예산안 기준 14조8740억 원인 정부 각 부처 연구개발(R&D) 예산 중 경직성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예산 배분 및 조정권을 갖는다. 국과위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가 ‘이벤트성 보여주기’로 끝나지 않고 정부와 민간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과학입국(立國)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과학기술을 지속적 경제성장의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초엔 경제회복 예산의 6.3%를 청정에너지 개발 등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하고 관련 인력을 적극 육성한다고 밝혔다. 일본 프랑스 영국 인도도 환경보호나 청정에너지 같은 녹색기술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우수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의 세계 최첨단화에 성공해야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적은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래서 1960년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춰 과학기술진흥계획을 마련해 해외의 한국인 인재 유치와 첨단기술 도입에 힘을 쏟았다. ‘한강의 기적’도 이런 노력에 힘입었다. ‘모방형 혁신’을 뛰어넘어 ‘창조형 혁신’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공계 기피현상과 고급두뇌 해외유출이 두드러지는 현실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국과위 위상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교과부와의 업무 중복이나 예산 및 인력의 낭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어정쩡한 행정체계 실험을 또 하기보다는 정부조직을 개편해 교과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떼어내 정책 수립과 집행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이공계를 택하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하려면 기업과 국민의 인식전환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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