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내일 통일 20주년을 맞는다. ‘국가별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유럽 최대의 경제 무역 강국’이라는 슬로건은 통일 성년(成年)을 맞는 독일 국민의 기쁨과 자부심을 잘 보여 준다. 독일은 통일 후 국력이 커지면서 강대국으로 국제무대에 우뚝 섰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통일 20년을 자축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분단 65년을 맞는 우리의 심경은 착잡하다.
20년 전까지 서독의 바이에른 주와 동독의 튀링겐 주를 갈라놓았던 경계선에는 늘씬한 전나무가 빼곡하다. 동독인의 탈출을 막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내 황량했던 동서독 국경지대는 자연의 복원력에 의해 무성한 숲으로 뒤덮였다. 국토가 하나가 되면서 동서독 주민의 융합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동독지역 국내총생산(GDP)은 1991년 1706억 유로에서 2008년 3771억 유로로 늘었다. 동독지역 주민의 소득은 서독지역 주민의 80%로 상승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통일되면 GDP가 30∼40년 내에 일본 독일 프랑스를 앞질러 선진 7개국(G7)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독일이 겪은 시행착오를 배제하고 성공 경험을 배운다면 선진국의 앞자리로 나갈 수 있다.
통일은 독일처럼 갑자기 올 수도 있지만 남북이 쉽게 합쳐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남북 관계는 북한의 핵개발과 천안함 도발에 이어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 시도로 호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놓고도 남북은 3차례나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남북 각 100명 규모의 상봉에 합의했다. 북한에 줄 것은 주되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아내면서 변화를 끌어내는 독일식 상호주의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통일을 앞당기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축사에서 통일세 검토를 제의했지만 막대한 통일비용 대비는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었다.
2400만 북한 동포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 2만 명의 국내 정착 탈북자는 통일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북한의 가족에게 돈과 함께 남한의 소식도 전한다. 탈북자 활용을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북한 주민을 자유민주(自由民主)주의에 눈뜨게 하고 이들이 중요한 통일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