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올해는 ‘3無국감’ 오명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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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4일부터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감을 앞두면 한 달 전부터 국회 의원회관은 ‘전투모드’로 들어간다. 사무실에 야전침대가 등장하고 의원 보좌진의 휴일 반납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올해 국감은 유독 얘기가 될 만한 ‘거리’가 없다는 게 보좌진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이들은 피감기관의 불성실함을 지적한다. ‘국회에서의 증언과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선 국회의 자료 요구 시 ‘다른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피감기관들은 툭하면 ‘대외비’나 ‘개인정보’를 이유로 민감한 자료를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아예 야당에선 이번 국감을 ‘자료 제출 거부 국감’으로 규정하고 이를 집중 공격할 태세다. 올해 5월 특별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주무장관에게 관계자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돼 이번 국감장에서는 의원들의 호통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피감기관에서는 ‘국감 쓰나미’라 불릴 정도로 몰려드는 자료 요구에 업무마비 사태를 겪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한건주의’라는 국감의 고질병과 맞닿아 있다. 의원들은 국감 때면 자료 발표 경쟁을 벌인다. 일단 자료를 많이 내면 각종 시민단체로부터 ‘우수의원’이란 타이틀을 얻으니 질보다는 양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3일 열린 전당대회에 그동안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국감의 주역’이 돼야 할 야당 의원들의 준비가 예년보다 소홀했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운영제도 개선자문위원회는 2008년 국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감 일정을 예산과 법안 심의가 몰려 있는 정기국회 때를 피해 7월경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예산 심의와 맞물려 정쟁과 지역구 민원만 난무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올해 국감은 18대 국회의 3번째 국감이다. 하지만 내년 국감이 19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실시되는 ‘마무리 국감’의 성격이 짙어 이번 국감은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국감이라 할 수 있다. 18대 국회의 실력을 온전히 드러내고 성적을 결정지을 국감인 셈이다.

지난해 국감이 끝난 뒤 언론들은 이슈도, 자료도, 스타 의원도 없는 ‘3무(無)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과연 이번 국감에서 18대 국회는 그런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호통이 아닌 송곳 질문으로, 추정이 아닌 확실한 자료로, 의원이나 소속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국감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줄 새로운 스타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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