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어제 국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 및 시설 유지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제2원자로 지역 건물 신축공사와 대규모 굴토(掘土)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제기한 영변의 수상한 움직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ISIS는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트럭과 굴착용 중장비를 근거로 “북한이 2008년 폭파, 해체한 냉각탑보다 더 큰 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려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곳으로 5MW 원자로와 핵연료봉 제조공장,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방사화학실험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정부도 ISIS도 신축건물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북한의 행태로 미루어 핵능력 강화와 관련됐을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핵 억지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날 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어 핵무장이 김일성 공산왕조의 3대 세습을 옹위하는 수단이 될 것임을 안팎에 선포한 것이다.
북한의 핵시설 복구와 확충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약속했다. 9·19 공동성명의 단계적 실천방안인 10·3 합의는 북한이 2007년 내로 모든 현존 핵시설 불능화 및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했다. 북한은 불능화의 대가로 중유 75만 t을 챙겼지만 핵 프로그램 검증서 채택을 거부하다 불능화를 중단하고 2009년 2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올 들어 중국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의사를 흘리기 시작한 북한이 뒷전에서 핵능력 강화를 기도한다면 중국도 더는 북한을 감싸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미국 중국과 협력해 북한이 진행하는 공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북한이 위장 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1998년 평안북도 금창리에서 핵 관련 작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미국의 사찰을 유도한 뒤 빈 동굴을 보여주고 60만 t의 쌀을 우려먹은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