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A 씨는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 목록을 보고 놀랐다. ‘올림피아드 준비반’ ‘개념수학’ ‘수능대비 논술’…. 학원들의 수강편람을 연상시키는 과목 이름이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공개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월 수강료가 10만 원 이상인 프로그램이 700개를 넘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방과후 수업은 다양한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런 식이라면 장소만 학교를 이용하는 학원과 같다. 초등학교는 예체능 등 특기 적성 과목이 70%가량 된다. 하지만 중고교로 갈수록 특목고 수학반, 종합 교과 등 사실상 학원 프로그램을 옮겨놓다시피 했다. 이런 방과후 수업은 1970, 80년대 현직 교사들이 시행하던 보충수업과 다를 바 없다. 교사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고 주요 과목 수업을 외부 강사에게 맡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과목당 수강료가 30만∼40만 원에 이르러 저소득층을 주 타깃으로 개설된 방과후 수업에서도 저소득층이 소외돼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차상위 계층의 20%는 방과후 수업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바우처(자유이용권)를 연간 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이 정도 금액으로는 들을 만한 강좌가 없다.
중고교 방과후 수업에서도 국·영·수 과목에 학생들의 수요가 몰린다면 ‘방과중 수업’으로 돌려 공교육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옳다. 저소득층과 부진 학생을 위해서는 대학생들과 연계한 멘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