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낮은 서민은 가계수입의 대부분을 저축보다는 생활자금으로 쓴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자녀 병원비와 같은 긴급한 자금 수요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정부 통계를 보면 이른바 주의나 위험등급으로 분류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75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이 담보 없이 이자부담이 적은 은행 문턱을 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서민을 위한다는 상호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신협 등 이른바 서민금융회사도 이들을 외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문제는 적지 않은 대출자가 빚이 쌓여 이른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여러 형태의 억울한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최근에 조사해 보니 소득보다 많거나 그 몇 배나 되는 빚을 진 서민이 적지 않았다. 심한 채권추심을 당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연체이자를 무는 등 대출에 관련된 피해, 금융회사의 어이없는 실수로 모르는 사이에 신용등급이 뚝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정부가 법정이자를 낮추고 불법 채권추심도 금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햇살론이나 희망홀씨, 미소금융과 같은 저금리 대출의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서민은 제도금융권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높은 이자의 금융상품이나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법정이자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물거나 선이자를 떼이는 잘못된 관행도 없어지지 않았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없을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법을 지키면 된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이자에 관한 법을 보면 대부업대출은 연간 44%이고 기타 일반적인 금전대차는 30%를 넘지 못한다. 또 수수료나 공제금 등 명목이 무엇이든 이자로 간주된다. 협박을 하거나 빚진 사실을 남한테 알리는 등의 추심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처벌이 가능하고 해당 업자가 부당이득을 돌려주도록 만들 수도 있다.
우리보다 심한 서민금융 문제를 겪었던 일본은 최근 대출이자 상한을 20%까지 낮추고 연간소득의 3분의 1까지만 대출을 허용한다. 법정이자를 초과해 지불한 과거의 이자까지도 소송을 통해 되돌려 받도록 했다. 한국도 법을 엄격히 지키도록 한다면 서민금융에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면 돈 빌릴 수 있는 문이 더 좁아질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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