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꼴불견 국감, 참신한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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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정치권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진행 중인 국정감사만 봐도 일부 국회의원의 부실한 질문과 장관의 무성의한 답변, 여당과 야당의 불필요한 입씨름 등 예년 국감에서 본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2006년 9월 국보 제151호로 지정됐지만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5일 문화재청 국감에서 이건무 청장에게 “조선왕조실록이 국보로 지정되기는 했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이 청장도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우답(愚答)을 했다. 이날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이 청장을 향해 “이 무식한 사람아, 어디서 그런 답변을 하고 있어”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제가 말해도 믿지 않으면서 왜 저에게 질문하느냐. 대통령에게 확인하든지 하라”고 거칠게 받아쳤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5일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에서 학부모단체가 국감장 부근에서 시위를 한 것은 ‘관제 데모’라고 추궁하면서 이주호 장관이 시민단체 회원과 인사하는 사진을 내보이며 “이 사람이 이주호 장관이 아니면 누구냐, 이주호가 아니고 개주호냐”는 막말을 했다. 벼 포기를 들고 나와 사진기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옛날 수법은 올해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아 국민적 관심을 사고 있는 배추를 들고 나오는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런 관행적인 모습과는 달리 국정감사의 의미를 되살린 장면도 있었다. 4일 열린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서 발견한 대인지뢰를 들고 나왔다. 조 의원은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495km 구간에 조성하는 ‘자전거 평화누리길’ 구간인데 지뢰 제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감 전에 전문가, 시민단체와 함께 현장을 찾아가 직접 지뢰를 찾아냈다. 그는 “민간인이 자유롭게 다니는 구간에서 수거했을 정도이니 민통선 안쪽의 상황은 더욱 위험한 것 아니냐.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민간인이 들어가면 지뢰사고가 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잘못을 인정한 맹형규 장관은 국감 다음 날인 6일 오전 곧바로 양구군과 화천군 일대를 찾아가 종일 현장을 둘러보며 군 당국과 지뢰 제거 방안을 논의했다.

정확한 현장 조사를 통해 국회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관도 즉시 해결 노력을 보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돋보이는 것은 구태의연한 국감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 의원과 맹 장관의 활동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날카롭고 철저하게 준비된 국감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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