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하원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도록 한 법안이 민주 공화 양당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실제로 아주 온건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무역전쟁을 촉발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경제위기가 촉발된 이래 너무 자주 오판했다. 재정적자(경기 부양)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번 경고도 틀린 것이다.
보복 위협이 없는 중국 환율 대응책이란 공허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의 약탈적인 통화정책 때문에 대량실업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시대에 관세가 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쯤은 응당 걱정거리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놓아도 된다.
한발 물러나 지구촌을 살펴보자. 주요 선진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이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지금도 휘청거리고 있다. 소비시장은 위축됐고 기업은 판로가 막혔다. 불경기가 겉으로는 끝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업률은 치솟았고 하락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신흥국 경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경제 활황을 누리고 있는 이들 국가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 그러자 경제가 침체돼 있는 선진국에서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로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신흥국 중에서 가장 거대한 몸집을 가진 중국은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의 절상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 이는 수출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러면 다른 국가들에선 실업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중국 관리들은 이런 정책을 이치에도 맞지 않고 일관성도 없는 논리로 옹호한다. 그들은 자국이 고의적으로 환율을 조작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잠든 사이에 이빨 요정이라도 출현해 2조4000억 달러나 되는 외화를 사서 베개 밑에 깔아 놓았을까.
중국의 저명인사들은 위안화 가치가 무역 흑자와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주에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강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얼마나 많은 중국 공장이 파산하고 얼마나 많은 중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의 중요성을 시인한 것이다.
중국은 6월 환율을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겨우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불과 최근 몇 주 사이에 오른 것으로 미 하원에서 보복 관세 법안이 통과될 기미가 보이자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이 법안은 실제 집행될 것인가. 법안은 관리들에게 보복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주는 것이지 보복 관세를 부과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은 아니다. 미국 관리들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외교적 진전을 거론하며 계속 인내할 것이며 결국 중국엔 미국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확인시켜 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중국 앞에서 우리가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수동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중국과 맞붙는 것은 실업률을 낮춰야 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사사건건 공화당의 방해에 발이 잡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정책 옵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이 미 관리들의 수동성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군불은 때기 시작했다. 정책 입안자들부터 각성해 진짜 행동을 취할 날에 좀 더 가까이 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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