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법완]건강기술, 정보기술보다 알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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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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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증가와 핵가족화, 그리고 고령인구의 증가는 국내 보건의료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는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0.7%를 기록하면서 국민의료비는 2007년 61조8000억 원에서 2008년 66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부각되는 분야가 바로 건강기술(HT·Health Technology)이다. HT는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기술과 제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국의 보건의료 제도는 고령화로 인한 진료비 증가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은 단순히 진료비 지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대신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HT가 중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HT가 국민의 질병 극복 및 건강 증진, 삶의 질 향상, 경제 사회적 부담 절감, 신산업 창출 등 국가 경영에 매우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인식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2007년 HT 예산을 전년도의 3배인 61억 유로로 늘렸다. 미국은 2008년 기준으로 전체 기초연구 R&D 부문에서 20.9%의 재원을 HT에 투자한다. 일본도 2010년 HT R&D 예산을 전년 대비 14.1% 늘렸고 캐나다는 2010년 HT 관련 예산을 20% 확대했다.

반면 한국은 외국과 달리 HT 분야의 육성을 위한 투자가 정체된 상태다. 보건의료 분야에 포진한 수많은 우수한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을 대신하여 미래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책임질 HT 분야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주요 대형 병원은 눈앞의 수익을 위한 진료 중심의 운영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먼 안목으로 미래의 큰 결실을 거두기 위한 연구 분야에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HT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HT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임과 동시에 고용 창출 능력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10억 원을 투자할 경우 자동차 산업은 고용이 2.3명 늘어나지만 HT 산업은 9.5명이 늘어나 4배의 고용확대 효과가 있다. 즉 한국 경제발전의 가장 큰 문제인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할 최적의 산업이 바로 HT인 것이다.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기반으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력만 있다면 현재 보건의료계가 목표로 하는 2012년까지 세계 5대 HT 강국으로의 발전은 꿈만은 아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든든한 국가의 먹을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10년을 밝힐 대한민국의 차세대산업 동력인 HT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많은 기대와 응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법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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