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이가 어젯밤 ‘슈퍼스타K’에서 누가 살아남았나를 화제로 아침을 시작할 것이다. 최고시청률 14%를 기록하며 온갖
화제를 낳고 있는 Mnet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얘기다. 케이블TV로서는 시청률 1%만 올려도 남는 장사라는데 14%라면 같은
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다 제친 놀라운 결과다.
경쟁 휴머니즘 참여
이번이 시즌2인 슈퍼스타K는 일종의 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뚱뚱한 노처녀에서 음반을 내고 신데렐라가 된 수전 보일처럼 숨겨진 재능을 가진 가수를 선발하는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와 비슷한 포맷이다. 출연자가 어리다는 점에선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닮았다. 이런 프로그램을 ‘리얼리티 쇼’라고 한다. 현실적 요소를 최대한 살린 쇼란 뜻일
게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김정은 3대 세습을 “최고의 리얼리티 쇼”라고 했다. 원래
리얼리티 쇼란 배우가 아닌 일반 출연자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벌이는 사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6명의
출연자가 고립된 섬에서 한 달 이상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마지막 승자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는 ‘서바이버’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슈퍼스타K도 이런 양식을 따르고 있다. 첫째, 철저한 경쟁구조와
승자독식이다. 시즌2 최초 오디션에는 134만 명이 참여했다. 국민의 2.7%가 오디션을 본 셈이다.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은 단
한 명에게 2억 원의 상금과 음반 발매 기회를 준다. 상금과 음반 이전에 1등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요계의 신데렐라가 된다.
경쟁이란 잔인하고 괴롭다. 하지만 일찍이 찰스 다윈이 간파했듯이 생물로 존재하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슈퍼스타K도
시련을 극복하고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옛날 영웅담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둘째, 휴머니즘이다. 리얼리티
쇼도 출연자와 무대, 극적 장치가 있는 분명한 쇼다. 방송사는 편집기술을 이용해 오락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 쇼에서 유일하게 ‘리얼’한 것은 참가자들이 드러내는 오만가지 감정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리고, 탈락에 좌절하고,
경쟁자를 시기하는 그 감정에는 전문배우의 연기와는 차원이 다른 생생함과 진정성이 묻어 있다. 그 인간적 감정에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끌려들게 된다.
감동 있어야 성공한다
셋째, 슈퍼스타K가 다른 리얼리티 쇼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시청자의 참여다. 뚱뚱한 사람들이
살을 빼며 겪는 처절한 사투를 보여주는 ‘다이어트 워’도 재미있지만 시청자는 대리만족에 그친다. 반면 슈퍼스타K는 심사위원 점수
30%, 사전 인터넷투표 10%, 실시간 시청자 투표 60%를 합산해 탈락자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기
때문에 노래실력 못지않게 스타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감안했겠지만 시청자의 참여는 끊임없는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며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예컨대 현역 가수들인 심사위원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심사하는가를 시청자가 다시 심사하는 묘미가 있다. 짐작건대 심사위원들도
스트레스깨나 받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너무 많은 사생활을 노출해야 한다는 점이나 지나친 상업성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래도 슈퍼스타K는 ‘4억 명품녀’ 같은 사람을 등장시켜 욕먹게 하지 않아도 콘텐츠만 좋으면 시청자를 얼마든지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건, 경제건 콘텐츠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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