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거짓말 의원’의 ‘거짓말 질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교과위 간사 안민석의원 “거짓말일땐 職을 걸어라” 이주호장관 등에 사퇴 요구

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기수 회장(고려대 총장)에게 “대교협 회장과 총장, 교수직까지 걸겠느냐”고 따졌다. 1심 법원이 ‘고려대의 2009년 입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는데도 이 회장이 부인하자 ‘위증일 경우 직(職)을 걸겠느냐’고 몰아세운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되느냐”고 반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5일 교과위 첫 국감에서도 안 의원은 이주호 장관에게 ‘관제시위’ 논란을 빚었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사전에 만났는지를 물으며 “거짓말일 경우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관이 시민단체 회원들과 인사하는 사진을 내보이며 “이 사람이 이주호가 아니면 ×주호냐”고 했다(본보 7일자 A6면 참조). 이 장관은 안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맞섰고, 결국 변재일 위원장까지 나서 “국감에서의 위증은 무거운 처벌감”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요청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위증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형법상 위증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형량이 무거운 이유는 국회에서의 위증은 국민 전체를 속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의 ‘거짓말’을 추궁하는 안 의원의 추상(秋霜)같은 태도는 훌륭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안 의원의 ‘추상’에는 대기(對己), 즉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는 덕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6일 국감에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어떻게 장관에 대해 직원들과 기자 앞에서 ‘×주호’라는 표현을 쓰냐”고 위원장에게 징계를 요청하자 안 의원은 “화장실 가는 길에 우리 보좌관한테만 혼잣말 하듯 한 얘기를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짓말이다. 안 의원이 ‘×주호’ 발언을 하던 교과부 1차관실에는 장관 비서관과 실·국장, 그리고 기자가 함께 있었다. 한 교과부 관계자는 “어떻게 자신이 한 말을 저렇게 뒤집어서 말할 수 있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안 의원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교육학 박사다. 2006∼2008년엔 NGO가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임위와 국감이 국민의 뜻에 맞게 운영되도록 감시해야 할 야당 간사다. 국민이 그에게 ‘직을 걸겠느냐’고 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윤석만 교육복지부 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