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기수 회장(고려대 총장)에게 “대교협 회장과 총장, 교수직까지 걸겠느냐”고 따졌다. 1심 법원이 ‘고려대의 2009년 입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는데도 이 회장이 부인하자 ‘위증일 경우 직(職)을 걸겠느냐’고 몰아세운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되느냐”고 반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5일 교과위 첫 국감에서도 안 의원은 이주호 장관에게 ‘관제시위’ 논란을 빚었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사전에 만났는지를 물으며 “거짓말일 경우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관이 시민단체 회원들과 인사하는 사진을 내보이며 “이 사람이 이주호가 아니면 ×주호냐”고 했다(본보 7일자 A6면 참조). 이 장관은 안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맞섰고, 결국 변재일 위원장까지 나서 “국감에서의 위증은 무거운 처벌감”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요청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위증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형법상 위증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형량이 무거운 이유는 국회에서의 위증은 국민 전체를 속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의 ‘거짓말’을 추궁하는 안 의원의 추상(秋霜)같은 태도는 훌륭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안 의원의 ‘추상’에는 대기(對己), 즉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는 덕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6일 국감에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어떻게 장관에 대해 직원들과 기자 앞에서 ‘×주호’라는 표현을 쓰냐”고 위원장에게 징계를 요청하자 안 의원은 “화장실 가는 길에 우리 보좌관한테만 혼잣말 하듯 한 얘기를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짓말이다. 안 의원이 ‘×주호’ 발언을 하던 교과부 1차관실에는 장관 비서관과 실·국장, 그리고 기자가 함께 있었다. 한 교과부 관계자는 “어떻게 자신이 한 말을 저렇게 뒤집어서 말할 수 있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안 의원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교육학 박사다. 2006∼2008년엔 NGO가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임위와 국감이 국민의 뜻에 맞게 운영되도록 감시해야 할 야당 간사다. 국민이 그에게 ‘직을 걸겠느냐’고 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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