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종엽]‘낙지 카드뮴’은 환경의 복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서울시의 성급한 발표로 낙지가 안 팔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했습니다.” 8일 오후 1시 50분, 서울시청 7층 회의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서울시가 “낙지 머리(내장, 먹물)에서 허용량을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발표를 한 뒤 판매량이 급감해 울상을 짓던 전남 신안, 무안군 낙지 생산 어민들이 항의 방문을 했기 때문. 낙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낙지가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카드뮴이 검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식약청 발표대로 일반인이 낙지를 먹고 카드뮴 때문에 건강에 해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행 카드뮴 검출 허용량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기 때문이다.

카드뮴은 장기간 섭취하면 신장과 뼈에 이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이타이이타이병이나 전립샘암 등을 일으키는 독성 중금속이다. 이상적으로는 “카드뮴이 검출되면 안 된다”고 정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검출 허용량 등의 규제는 최대한 안전을 담보하되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한다.

낙지는 밥이나 김치처럼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다. 체중 55kg인 성인이 일주일에 국민들이 보통 먹는 양(5.49g)만큼 현행 검출 허용량(kg당 2mg)의 카드뮴이 포함된 낙지를 먹는다고 가정하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카드뮴 잠정주간허용섭취량의 2.85%를 섭취하게 된다. 우려하는 것만큼 위험도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논란이 된 낙지 머리의 카드뮴은 어디에서 왔을까. 낙지의 주 먹이는 칠게다. 칠게는 규조류(돌말 등)를 먹는다. 규조류는 민물과 바닷물에서 널리 자란다. 낙지와 칠게, 규조류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어떤 생물도 몸속에 처음부터 카드뮴을 함유하고 있지는 않다. 이들 생물이 자라면서 섭취한 물 등을 통해 축적된 카드뮴이 먹이사슬을 거치며 낙지 내장까지 간 것이다. 산업폐기물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아 유출된 카드뮴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간 결과다.

낙지를 둘러싼 서울시와 식약청 간 논란을 지켜보면서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카드뮴이 얼마나 검출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원인 규명도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약청과 서울시 등이 말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논란을 계기로 ‘환경의 복수’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종엽 사회부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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