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금융기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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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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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은행의 고임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 뒤 국책은행 임원 임금이 삭감됐고 시중은행 임원들도 연봉을 반납했다. 은행들은 연봉 지급액을 줄이느라 직원들의 휴가 일수를 늘리기도 했다.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은행세 도입이나 은행 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의무화하자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의 고액 연봉은 골칫거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엄청난 보너스를 줄 정도라면 납세자에게서 받은 돈을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며 보너스 잔치를 벌인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에 향후 10년간 900억 달러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세금으로 지원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일부라도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융계에 대한 비금융인의 질시는 뿌리가 깊다.

▷미켈란젤로부터 갈릴레이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학문을 후원하고 피렌체의 유명 건축물을 지은 메디치 가문의 돈은 어디서 났을까. 메디치 가문은 은행가 길드의 구성원인 환전상을 해 부(富)를 일궜다. 이들이 뱅커(banker)로 알려진 것은 길가에 탁자를 놓고 벤치에 앉아 일을 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메디치 가문은 훗날 네덜란드 영국으로 넘어가 근대식 은행의 모델이 됐지만 한때 피렌체의 부를 독식한다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되기도 했다. 초기 은행가들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비난의 대상이었다.

▷한국거래소에서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가 40%에 달한다고 배영식 의원(한나라당)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금융공기업 평균 연봉은 산은금융지주가 1억1600만 원으로 가장 높고 정책금융공사(9500만 원) 산은(8700만 원) 순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금융사학자 니얼 퍼거슨 교수는 “빈곤은 탐욕스러운 금융업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한 결과가 아니다”(‘금융의 지배’)고 강조한다. 하지만 잘나갈 때는 고임금을 향유하다가 도산 위기에 몰리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구제금융에 기대니 금융기관 임직원의 고액 연봉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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