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영암 F1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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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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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 마이클 조든, 골프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면 카레이싱에도 ‘황제’가 있다. 7차례 월드챔피언과 91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빛나는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다. 아쉽게도 2006년 은퇴했지만 전성기 한 해 소득이 1억 달러에 이른 스포츠 재벌이었다. 카레이싱은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지만 선진국에서는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니는 인기 스포츠다. ‘폭풍의 질주’ ‘패스트 앤드 퓨리어스’ 등 카레이싱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도 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다. 11개 팀, 22명의 드라이버가 매년 17, 18개국을 순회하며 레이스를 펼치는데 드라이버와 차량제작자 2개 부문의 타이틀을 놓고 연간 성적을 합산해 시즌 챔피언을 결정한다. F1 그랑프리는 184개국에서 연평균 162시간 방송되며 시청자는 6억 명에 이른다. 세계 10대 자동차생산국 가운데 F1을 개최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미국의 자동차 경주장은 328개, 일본도 21개나 된다.

▷카레이싱의 속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지금까지 측정된 F1 경주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355km지만 드라이버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700∼800km에 이른다. 박진감 넘치는 경주도 경주지만 F1은 자동차 기술의 경연장이다. 자동차회사들은 F1 무대에서 첨단기술을 키우고 이를 발전시켜 양산차 제작에 적용한다. F1에 등장하는 경주차들은 제작사들이 첨단소재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 차량 가격만 해도 100억 원이 넘는다.

▷F1 불모지에 전남이 도전장을 내밀어 드디어 22∼24일 경기가 열린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전남 영암 F1 경주장을 최종 승인했다. 경기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코리아 그랑프리가 무산되고 바로 브라질로 건너뛸 것이라는 일부 해외 언론의 전망은 빗나갔다. 연간 몇 시간 사용되지 않을 경기장 건설에 3400억 원(국고 1760억 원)이라는 많은 돈을 투입했다거나 국내 모터스포츠의 수요가 빈약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국제경기를 국력 향상으로 이어온 경험이 있다. 영암 F1의 성공적 질주를 기대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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