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에게 한국전력, 대한석탄공사, KOTRA 등 공기업들은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선망의 대상이다. 근무 여건이나 연봉이 웬만한 일반 사기업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신의 직장’ 관문을 뚫기 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몇 년 동안 공을 들인다. 900점대 토익점수와 4점대 학점은 기본 스펙이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가 본격화되면서 ‘신의 직장’ 채용 과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최근 한전,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기술, 대한석탄공사, KOTRA, 한국광해관리공단, 강원랜드 등 9개 공기업의 공채, 특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에 부자(父子)나 모자(母子) 등 직계존비속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사례는 121건으로 나타났다. 한전(52건), 한전KPS(33건) 등 한전 및 자회사만 100건이었다. 대한석탄공사(9건), KOTRA(3건), 한국광해관리공단(1건), 강원랜드(8건)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기업에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근무하면 ‘특이사례’로 꼽히지만 공기업에선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한전과 강원랜드에선 임직원의 자녀가 모두 3명씩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의심스러운 정황도 지적됐다. 2008, 2009년과 올해에도 이 같은 자녀 채용은 계속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오른 공기업들은 대부분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 부모의 직급을 제출해 달라”는 박 의원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특채 절차도 논란이 됐다. 9개 공기업에서 특채로 채용된 인사는 전체적으로 500여 명. 특히 규모가 큰 보훈특채(국가유공자 등을 특채하는 전형)로 한국수력원자력에 92명, 한국전력에 107명, 한전KPS에 55명이 각각 채용됐다. 보훈특채는 총원 대비 일정 비율이 유지돼야 하지만 회사별로 들쭉날쭉했다. 박 의원은 “1명을 뽑는 특채에 단 1명이 지원해서 합격하는 사례가 20차례 이상 반복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의 선발 절차를 둘러싼 의혹이 씻기지 않는다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논란으로 상심한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갈 것이다. 신의 직장이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곳간’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가 국민혈세로 투자한 ‘공기업’이라면 공정의 잣대는 더욱 엄격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