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올해 7월 제주은행에 종합검사를 나간 금융감독원 직원 14명 가운데 7명이 피검기관인 제주은행의 감사와 부행장으로부터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금감원의 검사반장 등 3명은 2차로 양주 접대를 받았다. 제주은행과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의 원우종 상근감사가 주선한 자리였다. 원 씨는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금감원 퇴직 간부가 ‘낙하산’으로 금융계에 내려가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행태를 보여준 작은 사례다. 이 일로 검사반장은 견책, 직원 2명은 주의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의 감사 자리에 앉은 금감원 퇴직 간부는 인맥과 친분을 활용해 금감원의 동향을 미리 탐지하고 어려운 일을 피해가거나 쉽게 풀도록 한다. 이런 관행은 금융 선진화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더 깊어졌다. 금감원 현직 간부들은 “금감원 출신이 내려가 있는 금융회사와는 이야기가 금세 통하니까 양쪽 다 일하기가 쉽다”고 말할 정도다. 금감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를 적극 조사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행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5년간 금감원 2급 이상 고위직 출신 88명 중 재취업 업체를 밝히지 않은 4명을 제외한 84명 전원이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그중 감사로 간 전직 간부가 82명이다. 지난 1년간 퇴직한 간부 38명의 재취업에는 평균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갈 자리를 미리 마련해 놓고 나갔기 때문이다. 주식 상장이라는 대사(大事)를 앞둔 생명보험 업계는 금감원 출신을 줄줄이 모셔 갔다.
금감원 일부 직원은 자신이 재취업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는 무디게 하고, 그 대신 재취업 가능성이 적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과잉검사를 한다는 말도 금융계 일각에서 나돈다. 금감원에서 상사가 부하 눈치를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상사가 퇴직 후 재취업한 금융기관을 부하 직원이 훗날 감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국감 답변에서 ‘전문가 활용의 이점’을 거론하며 퇴직자 재취업을 옹호했다. 그런 논리라면 외교통상부가 ‘장관 딸 활용의 이점’을 주장할 수 있겠다. 김 원장은 ‘전문성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 인사를 매개로 감독 당국과 업계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