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의 속 보이는 정략 ‘4대강 국민투표論’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공세를 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이달 안에 4대강 검증특위를 구성하는 일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함께 4대강 문제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과 이낙연 사무총장도 어제 “여야가 합의하고 정치권이 결단하면 국민투표를 못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4대강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대상을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투표를 못할 것이 없다는 주장도 헌법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뜻을 알고 싶으면 국민투표를 할 것도 없이 여론조사를 해보면 된다. 국민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비용도 덜 드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 세종시 문제의 해법으로 여권에서 국민투표를 거론했을 때 “세종시 국민투표 주장은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이 안 되는 판에 4대강 사업은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과 논리를 바꾸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4대강과 별 관련이 없는 부처나 기관에 대해서도 4대강 문제를 들고 나와 정상적인 국정감사를 방해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완공되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치적으로 평가돼 ‘제2의 청계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될지를 따져 박수를 쳐주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부실공사나 공사비의 부적절한 사용 또는 비리를 따지는 역할이 바로 야당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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