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11∼15일)가 기업가정신 주간(週間)임이 무색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의 태광그룹 본사와 부산의 두 계열사가 그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편법증여와 횡령 배임 비자금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회장이 16세 아들에게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헐값에 넘겨주고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자산을 다른 계열사로 몰래 옮겼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와 기업에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5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40위 태광그룹의 탈법과 비리가 확인된다면 한국 재계의 이미지가 또 흐려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 주식 사건으로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13년간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 현대·기아차 두산 롯데 등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국 재계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기업들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의식에서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국세청은 올해 4월부터 고액의 부동산 및 금융재산 취득자 5000여 명에 대해 변칙 상속 또는 증여 혐의가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기업주의 재산변동 명세를 분석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 등 인프라를 활용해 신속하게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자산가의 탈루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비상장주식 활용 등 신종 수법까지 잡아낼 수 있도록 추적 기법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상속 증여세율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계는 과세표준이 30억 원 이상일 경우 세율이 50%로 높고 대기업 경영권까지 포함되면 65%로 더 높아진다고 불평한다. 한편에선 피상속인의 0.7%만이 실제로 상속세를 내며 국내 자산가들은 상속세율이 낮은 나라의 자산가들만큼 자선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거세다. 상속세 문제를 일부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탈루와 탈세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미국의 일부 거부(巨富)는 ‘책임지는 부자’라는 단체를 결성해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 회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 CNN 창업자 테드 터너가 전국 순회강연을 한다.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하는 부자라야 존경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