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경찰에 체포된 탈옥수 신창원을 영국 로이터 통신이 의적(義賊) 로빈 후드에 비유해 한국 경찰이 항의한 적이 있다.
‘로빈 후드의 모험’은 우리의 ‘홍길동전’에 비견되는 영국 전설이다. 잉글랜드 셔우드의 숲을 근거지로 삼아 포악한 관리와 욕심
많은 귀족이나 성직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줄거리는 활빈당(活貧黨)을 조직해 탐관오리와 토호를 응징하는
‘홍길동전’과 흡사하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부자에게 거두는 세금을 ‘로빈 후드세(稅)’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나눠 준다는 의적 사상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에게 인기다. 현대 국가에서는 정부가 의적의 역할을 대신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거두어 재분배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느 정부나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빈곤층과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정책을
도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것이 다수의 인기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親)서민적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선전 효과에 비해 실제 서민에게 돌아가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저성장이 계속되자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일자리가 감소하는 바람에
빈곤층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2005년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이 참여하는 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고
대기업에 기여를 주문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은 당시 전경련을 창구로 해서 150억 원을 출연해 중소기업협력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효과는 남아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노 정부 시절의 ‘상생 협력’과
비슷한 ‘동반 성장’ 정책을 내놓았다. 상생 협력이든 동반 성장이든 문제는 돈이다. 지식경제부는 새로 설치되는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자금으로 노 정부 때 거두었던 150억 원을 내놓으라고 중소기업협력센터에 요청했다고 한다. 신판 활빈당 같기도 하지만 그
운영자금이라는 게 결국은 위원회 먹여 살리는 돈 아닐까. 중소기업 지원에 돈이 필요하면 세금 징수 등 합법적인 방식으로
조달해야지, 대기업들에 준조세 부담이나 안겨서야 선진화 정부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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