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중소기업 육성이 이슈로 부각됐다. 당시 상공부(현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세웠다. 초창기에는 공무원 출신이 아닌 기관장이 임명됐으나 언제부터인가 지식경제부 퇴직 간부가 줄줄이 내려왔다. 규모도 나날이 커져 해외 사무소와 12곳의 국내 지역본부까지 둔 대조직이 됐다. 1996년 진흥공단과는 별도로 중소기업청이 신설됐다. 중소기업청도 11곳이나 지방청을 두고 있으니 지방마다 진흥공단과 중소기업청 조직이 겹친다. 중소기업지원센터도 따로 두고 있으니 중소기업보다 지원기관을 육성한 꼴이다. 조직과 일자리를 만드는 공무원들의 재주가 놀랍다.
▷공무원이 조직을 키우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영국에서 식민지를 관할하는 식민부 직원 수는 식민지가 대부분 독립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더 늘었다. 1935년 372명에서 1954년에는 1661명으로 불었다. 이를 관찰한 영국 경제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공무원 수는 업무와 관계없이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모델 발굴과 경영컨설팅, 사회적기업가 교육이 업무다. 이 기관에는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원장을 비롯해 모두 42명이 근무하는데 일반직원 33명에 대한 공개채용에 들어갔다. 장관이 임명하는 원장에는 고용노동부 1급 공무원 출신이 유력하다. 사회적기업의 설립을 통한 일자리보다 공무원의 퇴직용 자리가 먼저 만들어진 셈이다.
▷외환위기 같은 큰 일이 터지거나 고용 확대, 중소기업 육성 같은 주요 이슈가 등장한 뒤에는 어김없이 정부의 산하 기관과 공무원 수가 늘어난다. 공무원들이 일단 조직을 만들면 나중에 그 조직이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산하 기관을 세워 수족처럼 부리다가 퇴직 후에는 기관장으로 나갈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영국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약 50만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방만한 세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무원 구조조정이다. 우리 정부도 공무원에게 휘둘려 다니지 말고 ‘조직 늘리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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