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시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이다. 다른 한편에선 차기 중국 지도자로 확정된 시 부주석과 유대관계를 맺거나 돈독히 하려는 국내 정치 지도자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1일 기자에게 “새해 예산안 처리 등 국내 정치 일정이 마무리된 후 내년 초부터 여야 중진들의 중국 방문이 경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정치권에 당분간 ‘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최고위원이 정기국회 이후 여성 의원들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 초에는 당 차원에서 지도부의 중국 방문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의 중국 방문 목적은 무엇보다도 시 부주석과의 면담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당 관계자는 “가능성을 떠나서 여야 모두 앞으로 중국 방문 계획을 세우면서 시 부주석과의 면담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면담했다. 그러나 올 3월 중국을 방문한 정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 부주석을 만나지 못했다. 이제 차기 지도자로 확정된 그를 만나기는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럴수록 시 부주석 면담 가치는 더욱 높아질 듯하다.
한때 대선을 앞두고 관행처럼 여야 유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미국 등을 방문해 주요 정치인들과 만나는 것을 놓고 ‘외교 사대주의’니 ‘사진 찍기용 면담’이니 하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정치와 국내정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전개되는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외국의 지도자를 찾아가 만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의 유력 정치인들이 주요국 지도자들과 공고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선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대목이 있음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 발언 파문이 깨우쳐주고 있다. 외국 지도자와의 만남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나 에피소드가 무책임하게 옮겨지거나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될 경우 그 파장은 흐지부지 잊혀지고 마는 여야의 국내 정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정치인들이 국익이 걸린 외교 사안을 무책임하게 떠벌리거나 정쟁에 이용하는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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