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포스코의 정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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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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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5세인 1955년생은 6·25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맏형이다. 동갑내기 인구가 많아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렀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자녀의 대학졸업, 취업, 결혼까지 챙기려면 직장에 더 다녀야 하지만 정년도 얼마 남아 있지 않고 그마저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의학이 발달하고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70, 80대가 돼도 팔팔한 노인이 많다. 60세가 되기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놀기에는 건강과 젊음이 너무 아깝다.

▷기업으로 볼 때도 풍부한 업무 경험과 숙련된 기능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호봉이 높은 근로자가 많을수록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을 떠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정년은 늘리되 임금은 깎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이다. 50대 중후반에 들어서면 피크 때 임금의 절반만 받더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기업으로서도 인건비의 추가 부담 없이 기존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고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까지 생기니 일거양득이다.

▷포스코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늘리되 52세부터 56세까지는 임금을 묶고 정년이 연장되는 2년간은 임금을 56세 때 기준으로 매년 10%씩 깎는 구조다. 은행이나 공기업이 아닌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시도한다는 건 이례적이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장 8399개사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937개사(11.2%)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여러 형태가 있고 임금 삭감 비율도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프랑스에서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되 연금지급 연령을 늦추려다 대규모 저항에 부닥쳤지만 상원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유럽 선진국들의 평균 정년은 65세다. 임금피크제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줄이고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덜 수 있어 국가 전체에도 플러스다. 204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15∼64세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란 조사 결과가 있다. 우리 사회도 정년 연장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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