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16구의 앙드레파스칼가(街)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이 있는 곳이다. OECD에서는
26개 전문위원회와 200여 개 작업반이 세계의 경제, 사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과제를 다룬다. 2008년까지 2년간 OECD
대표부 대사를 지낸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은 “OECD는 각국의 경제 사회 통계와 보고서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교육
연금 노동 등 여러 정책의 성공, 실패 사례가 축적돼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1996년 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될 때는 OECD 가입이 선진국 진입의 첫 관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경제를
총괄하는 지위가 갈수록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던 OECD는 2007년 개발도상국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타개책을 선택했다. OECD
회원국의 세계 경제 비중(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은 1990년대 60% 선을 유지했지만 2009년 처음으로 50% 아래로 밀렸다.
▷지금 세계 경제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네 나라는 브릭스라는 이름을 얻은 지
9년 만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에서 16.4%로 급상승했다. 이들이 OECD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고는 세계
경제의 규범을 정하고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브릭스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권 전 실장은 “OECD의
각 위원회로부터 초청을 받은 중국은 정책 사례를 배울 수 있는 위원회에는 열심히 드나들고 의무와 부담이 따르는 위원회는 불참해
OECD를 고민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OECD가 개도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입을 권유한 5개국 중 칠레
슬로베니아 이스라엘은 올해 가입했고 에스토니아는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다. 러시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아 가입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OECD는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자주 접촉하고 협의할 ‘관계강화
대상’에 올렸다. OECD에 개도국 회원이 늘어나면 개발 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주요
20개국(G20)에서처럼 국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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