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40대 시간강사가 교수 채용에 돈이 오간다고 폭로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10년째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는데도 한 달 수입은 100여만 원이었다. 이 사건 이후 사회통합위원회가 시간강사 처우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회통합위가 그제 발표한 대책은 고등교육법상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국공립대부터 시간당 강사료를 8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국 대학의 7만여 명에 이르는 시간강사는 전체 교양과목 수업의 51%, 전공과목의 36%를 맡아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 학기 강의조차 기약할 수 없는 ‘보따리장수’ 신세다. 교통비 정도에 불과한 낮은 임금을 받으며 건강보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지위 때문에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강사 수업은 전임교수의 강의보다 불성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값싼 강의’의 폐해가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고급 두뇌에게 최소한의 연구 환경을 제공해주는 차원에서도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다.
이번 대책이 시간강사의 근무 환경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시간강사를 고용하고 있는 대학들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들에 대한 배려를 갑자기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번 대책에 따른 국공립대 강사료 인상분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사립대는 재원 대책이 막연하다. 시간강사 문제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으로 봐도 대우가 박하지 않은 전임교수는 물론이고 교수들과 맞먹는 처우를 누리는 대학 교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줘야 한다.
김도연 울산대 총장은 “연구비가 생기면 교수를 새로 채용하기보다 교수들끼리 조금 더 일하고 그 돈을 나눠 갖자는 게 대학의 풍토”라고 전했다. 대학이 젊은 신진 두뇌를 더 받아들여 교육력 경쟁을 일으키려면 교수사회의 폐쇄성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 교직원들도 시간강사에게 어느 정도 복지를 나누어주는 것이 공정 사회의 기준에 맞는다.
대학원 설치 기준을 강화해 석·박사 배출을 줄이고 엄격한 질(質) 관리로 잠재적 시간강사의 양산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되 개별적 선택과 계약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