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엽 전 성남시장이 재임했던 시절에 발생한 경기 성남시의 비리는 일부만 드러났을 뿐인데도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의 조카 부부를 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승진 대가로 이 전 시장 측에 뇌물을 제공하거나 공사 수주에 압력을 행사한 공무원 10여 명을 조사하고 있다. 조카 이모 씨는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1월과 4월 공영주차장 건설과 관련해 건설업자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 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복원했더니 그에게 ‘충성 맹세’라는 문자를 보내온 공무원이 20명이 넘었다고 한다. 시장도 아닌, 시장의 측근에게 충성 맹세라니 이 전 시장이 도대체 성남시 행정을 어떻게 해왔는지 기가 찰 일이다. 지난주에는 공무원 2명에게 승진 청탁 명목으로 5500만 원을 받은 이 씨의 아내가 구속됐다. 성남시청 내에서 이 씨 부부에게 잘 보이지 않고는 승진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 씨는 이번에 드러난 혐의 말고도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조카 부부의 뒤를 봐주지 않고서야 이런 복마전 비리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의 재임 8년 동안 승진한 116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장 일족이 얼마나 대가를 받았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3222억 원짜리 호화 시청사를 지어 성남시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은 이 전 시장이 내부적으로도 낡은 부패를 야기한 데 대해 성남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은 성남시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김효겸 전 서울 관악구청장은 공무원의 승진 인사와 관련된 뇌물을 받고 친척과 친구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했다. 비리가 드러난 와중에 그의 아내가 음독자살했다. 정당 공천을 받거나 선거를 치르는 데 거금을 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당선되면 어떻게든 본전을 뽑으려 든다. 지자체 공무원이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정년 급여 퇴직연금 등에서 억대 이상의 이득이 생기므로 몇천만 원의 뇌물을 바치고도 남는 장사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인사비리는 구조화하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전형적인 토착비리에 해당하는 지자체 매관매직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조선 말기 세도정치(勢道政治) 같은 벼슬장사가 온존하고 있으니 국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