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공지영과 황석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편집국 회의에서 후배가 내 칼럼의 제목을 보더니 “공지영 씨도 표절했어요?”라고 물었다. 회사 메신저로 두 문장을 전달하고 비교하라 했다.

(A)그런 말 있어요,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

(B)끔찍한 살인의 현장을 본 사람들은 사형존치론자가 되고 처연한 사형집행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형폐지론자가 된다고 한다.

앞 문장은 공지영 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 243쪽에 나온다. 뒤 문장은 조갑제 기자의 논픽션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 7쪽에 나온다. 소설은 2005년, 논픽션은 1986년에 발행됐다.

‘우행시’에는 검사인 오빠에게 주인공이 사형과 오판의 문제점을 강조하려고 살인사건 몇 가지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232∼233쪽).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와 조갑제 기자의 다른 논픽션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1987년 발행)에 나온 얘기를 활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공지영 씨가 표절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조갑제 기자의 책을 참고했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수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황석영 씨는 어떤가? 그의 소설 ‘강남몽’이 신동아 조성식 기자의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 신동아는 이 문제를 11월호에서 제기했고, 동아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대답을 요구했다. 황 씨의 해명은 경향신문 25일자에 실렸다. 기자는 실망했다. 아니, 불쾌했다. 표절 자체보다는 해명 수준과 방식에.

①신동아 2007년 6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 떠있는 각종 회상자료와 인터뷰 내용 등을 참조…=참고자료 중에서 신동아는 극히 일부인가. ‘강남몽’의 4장에서 인물의 캐릭터와 대화, 배경을 중심으로 신동아가 비슷하다고 대표적으로 꼽은 부분만 15곳 정도이다.

②소설 내용에 주를 달거나 전거를 일일이 밝힐 수 없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텐데, 이것이 학술논문도 아닌 데다…=소설에도 주를 달라고 누가 주장했나. 황 씨는 동아일보를 소설과 학술논문의 차이도 모르는 조직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③언론의 선정적 행태를 지양하고 창작자의 권한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두 저작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기사, 출처를 소명하라는 사설의 어디가 선정적인가. 선정적이라는 단어를 황 씨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신동아는 반론권을 보장하려고 여러 번 연락했다. 황 씨는 중국에 머물며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했다가 뒤늦게 전해 들었다면서 다른 언론사에 메일을 보냈다. 문제를 제기했고, 자신의 말대로 ‘집필에 도움이 되었던 많은 분’에 포함되는 신동아에는 일언반구도 없다.

출판사 창비가 “법적 자문 결과 작품 특성상 법적인 의미의 표절로 판명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힌 점도 유감스럽다. 동아일보는 법적 문제를 떠나 작가로서의 양식을 지적했을 뿐이다.

장관급 정부기관장이 동아일보 등 4개 매체 내용을 짜깁기해 자기 칼럼으로 경제신문에 기고했었다. 23개 문장 가운데 20개 문장을 그대로 옮겼는데도 목소리 높이고 부인했다.

글은 성실해야 한다, 해명이 솔직하지 못하면 더 문제라고 사내교육과 외부특강에서 자주 언급했다. 3년 지난 일이라 강의안을 바꿀 때가 됐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강남몽의 지은이 소개)가 딱 맞는 사례를 제공했다.

송상근 오피니언팀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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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0-10-27 13:54:26

    동아일보여! 신문으로써 그리도 할 일이 없습니까? 왜 문학평론지가 해야 할일을 시사일간지가 나서서 그럽니까? 청와대로부터 부탁이라도 받았습니까? 옛날에 국민들이 백지광고 내 주던 시절을 잊었습니까?

  • 2010-10-27 12:06:46

    자칭 타칭 오죽했으면 황 구라 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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