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승호]F1대회 성공 자화자찬… 불만의 목소리엔 귀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비싼 돈 주고 입장권 사서 왔는데 무료입장권은 뭡니까.” “관람석을 맘대로 바꾸고 좌석은 나사로 고정하지도 않고….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해야 합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비가 와서 55바퀴 다 안 돌고 5시까지만 한다고 해서 20분 만에 나왔는데 55바퀴 다 돌았더군요. 이게 국제대회입니까.”

국내 첫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22∼24일)가 끝났지만 F1 대회 운영법인인 카보(KAVO) 홈페이지(www.koreangp.kr)는 여전히 뜨겁다. 관람객들의 비난과 불만의 글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 한 관람객은 ‘이번 대회의 4가지 교훈’이라는 글을 올렸다. ‘티켓은 절대 먼저 사지 말 것(암표로 사는 게 절반 이상 쌉니다). 대중교통 이용하지 말 것(셔틀버스 안 옵니다). 운동화 구두 신지 마세요(비 오면 장화 신고 가세요). 먹을 건 가지고 가세요(먹는 것 사는 데 30분 걸립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사흘간 약 17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개최’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시설이나 운영은 ‘세계 최고 스피드 축제의 장’이라는 명성과는 걸맞지 않을 정도로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셔틀버스가 600대나 투입됐는데도 아예 운행을 하지 않거나 경주장 부근 정체로 버스가 나오지 못해 관람객들은 4km가 넘는 경기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철 자재와 드럼이 쌓여 있었고 주차장은 진흙탕으로 변했다.

경기 운영은 카보가, 기타 지원은 대회조직위원회가 각각 맡으면서 혼선도 빚어졌다. 조직위가 관중 동원을 위해 뿌린 자유이용권을 카보가 인정하지 않아 곳곳에서 항의 소동이 벌어졌다. 일반 좌석표를 구입한 관중과 자유이용권을 가진 관중 간에 실랑이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최 측의 안일한 대응이었다.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잇따르는데도 카보는 26일 오후까지 해명 글조차 올리지 않았다. 대회조직위원장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24일 “운영상 미비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관중이 많이 오고 대회도 무사히 끝났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F1 대회를 보면서 맹자의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물이 흐를 때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 그곳을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일처리를 속성으로 하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챙겨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하기보다 올해 대회의 미진한 부분을 철저히 분석해 내년 대회에 대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정승호 사회부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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