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기정 ‘의혹 제기’ 근거 밝히고 眞僞다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권을 흔들 만한 사안이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의원은 “작년 1월 대통령 처남인 김재정 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김 여사가 남 사장 부부를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남 사장 부인이 청와대 관저로 찾아가 김 여사에게 연임 로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남 사장 부인이 청와대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의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갖는다. 그러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는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과거에도 사실 관계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 의혹 제기가 국회에서 남발돼 “의원 면책특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발언이 직무와 무관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면책특권 예외 대상’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강 의원의 폭로 가운데 김 여사가 청탁 사례금으로 1000달러짜리 아멕스 수표 묶음을 받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엄청난 의혹을 터뜨린 뒤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뒤로 물러서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반 국민은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 무근으로 드러나면 법의 심판을 받는데 국회의원은 의혹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뒤에도 벌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명백한 허위로 판명돼도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정치 풍토다. 이런 구태가 반복돼서는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강 의원의 주장이 정치 공방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강 의원 자신과 청와대, 그리고 여야는 진위(眞僞) 확인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민간인 사찰 파문을 일으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청와대의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공기업 임원 명의를 도용해 만든 이른바 ‘대포폰’ 5대를 지급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 등 불법사찰 증거 인멸에 대포폰이 이용됐다면 범죄 행위다. 검찰은 이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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