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마이스터고 성패, 기업 채용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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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2일 전국 대부분의 마이스터고가 2011학년도 입학 전형을 완료했다. 올해 마이스터고 21곳의 경쟁률은 처음 모집을 실시한 지난해 3.55 대 1보다 낮아진 2.88 대 1을 기록했다. 마이스터고 관계자들은 “지난해 합격권 성적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올해 지원자의 평균 성적은 더 높아졌다”고 말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도 마이스터고를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명장을 길러내기 위한 마이스터고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가운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환영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만큼 침체된 직업교육을 살려달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마이스터고 교사들은 “전문대 이상 수준의 기술을 가진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훌륭하게 키워놨는데 기업에서 고졸이라고 뽑아주질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기자는 얼마 전 전국의 마이스터고 교장, 교사들과 함께 기술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을 방문했다. 이들이 독일 직업학교의 우수한 시설, 빈틈없는 교육과정보다 부러워한 것은 기업이 학생 교육에 발 벗고 나선다는 점이었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기계를 출시하면 우선 학교에 무상으로 기계를 공급해주고 소속 기술자가 학교를 찾아가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독일 학교 관계자는 “어차피 이 학생들이 장차 기술자가 돼서 기계를 사용하게 될 미래의 고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 교육인 동시에 제품 홍보의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도 모든 기업이 반기는 일이다. 여기에 높은 세금 혜택까지 주어지니 기업이 학생 교육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독일 학교를 둘러본 마이스터고 교사들은 “국내에서는 교장선생님이나 부장교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기업에 찾아가 아이들을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나마 기업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외판원 취급을 받으며 말단 직원을 겨우 만나고 돌아오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마이스터고의 성패는 내년 말 1회 입학생들이 졸업할 때 취업률과 취업의 질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졸업생들을 ‘고졸’이라고 외면하지 않는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마이스터고 졸업 예정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교육과정 개발에도 참여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가르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상생(相生)의 사례가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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