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옥연]‘사면초가’ 오바마의 또다른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대통령 선거 폐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한 2008년의 감동은 사라졌는가. 미국의 중간선거 집계가 속속 들어오면서 민주당의 패배가 확실해지고 있다. 2년 전 변화와 희망을 기대하던 유권자들이 정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외면했는가.

민주-공화 공조하라는 유권자의 뜻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선거와 비교해서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우선 대통령선거보다 중간선거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다. 더불어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상실하는 경향이 크다. 즉, 유권자는 정치 스타인 대통령을 발굴한 후 매서운 평가로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의회라고 일깨워준다. 또한 1994년 중간선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중간평가는 대통령 주도의 통치를 억제한다.

최근에는 예외적으로 2002년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약진했다. 이는 2001년 9·11사태 이후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불안 심리에 기인했다. 반면 이번 중간선거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21세기형 정치 스타로 배출한 오바마 대통령과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 대한 업무평가에 해당한다.

‘2008년의 역사적 선거’를 가능하게 했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무엇인가.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선거공약을 정책으로 흡족하게 구현했는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정치적 양극화로 분열되고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속에서 치러졌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대외정책보다 국내정책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의료보험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했지만 개혁취지가 희석되었다는 비판을 들었다. 구제금융 조치는 출범부터 비난의 대상이었고 항의집회로 촉발된 보수층 유권자의 모임은 티파티(Tea Party)로 번졌다. 또한 정부 주도의 경제부양정책 효과가 미미해 경제가 침체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외적으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물려받은 오바마 정권은 북한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 안보체제에 위협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보호무역 지향적인 국내 여론의 압박으로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에 유보적이었다.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공화당과 공조하라는 중간평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대통령의 업무평가에서 낙제점을 줬는지 아니면 재검판정을 내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2008년 오바마 지지층 중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탈한 표심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티파티류 반(反)오바마 선거 전략에 부화뇌동했는지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력한 국가 재건축에 제동을 걸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바마 시대는 아직 현재진행형

분명한 사실은 중간선거 결과로 오바마 대통령은 정책의제 선정부터 집행까지 사면초가에 처했다는 점이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반세기의 민주당 독주를 차단한 공화당의 치세는 12년에 그쳤고 급기야 2008년에는 백악관마저 민주당에 내주었다. 민주당의 치세는 이보다 빨리 끝났다. 공화당이 의회다수당 지위를 재탈환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통치권한은 국내정책뿐 아니라 심지어 대외정책에서도 추동력을 잃게 된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 후보가 다수를 점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관계설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무수한 풍랑을 거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풍경을 새롭게 장식한 오바마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의 금기사항을 파기하는 묘책을 지난 2년간 익혔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패배는 유권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이옥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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