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도실용이 안 통하는 인권委와 영화진흥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국가인권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인권위는 상임위원 2명이 최근 사퇴했고 전임 인권위원장 등 위원 15명은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어제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위원 2명이 퇴장해 파행을 겪었다. 영진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독립영화 제작 지원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조희문 위원장을 해임했지만 조 위원장은 승복하지 않고 있다.

두 위원회는 성격이 다르지만 진통의 원인과 배경에는 닮은 점이 있다. 모두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 진영의 이념적 대립과 이해 갈등이 근본 배경으로 작용했다. 위원장들의 역량과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 영진위 갈등은 연간 4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의 분배를 둘러싼 영화계 내부의 힘겨루기라는 측면도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위원들의 의견 대립이 계속됐다. 지난 정권 때 임명된 진보 성향 인사들이 다수였던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광우병 촛불시위 때 폭력 시위대를 진압한 경찰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는가 하면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해 좌(左)편향이란 비판을 받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인권위는 보수 성향 위원들이 다수가 됐지만 진보 성향 위원이 다수인 상임위원회 위주로 운영되면서 내홍을 겪었다. 최근 사태는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하면 긴급구제를 할 수 있던 것을 위원장 판단으로 전원위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운영규칙 개정이 계기가 됐다. 북한인권법안, 용산 참사,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정치적 이념적 사안에 대한 인권위 의견표명의 무산도 갈등 요인이었다.

인권위는 위원 11명을 대통령(4명) 국회(4명) 대법원장(3명)이 임명해 정치 성향과 이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원들은 좌우의 정파주의를 넘어서 인권 문제에 헌법적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

영진위 사태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 심사과정에 위원장의 외압 여부가 발단이지만 영화계의 이념 및 세대 간 갈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영화감독협회 등 보수 영화인 단체와 사회단체들이 조 위원장 해임에 반대한 것은 사태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부는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교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갈등과 문제의 한 배경이었다는 점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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