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산업계는 위기의 한 해였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선진국 경제가 얼어붙고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고가(高價) 제품
수출에 주력했던 일본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대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인력 감축과 사업 재조정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다. 반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원화 약세 효과에다 경제 충격이 덜했던 신흥경제국에서의 마케팅 성공에 힘입어 선전(善戰)했다.
▷‘시련의 계절’을 보낸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거세다. 파나소닉의 2010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6배인 1689억 엔이었고 순손익은 작년 적자에서 747억 엔 흑자로 돌아섰다. 2009년 4∼9월 582억 엔의
영업손실과 634억 엔의 순손실을 냈던 소니는 올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356억 엔, 순이익 568억 엔을 올렸다.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업계의 실적도 좋았다. 지난달 28일까지 반기(半期) 결산을 내놓은 233개 상장기업의 경상이익 합계는
작년 동기(同期) 대비 87.7%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의 약진은 엔고(高)라는 악재 아래서 이룬 것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 중국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가 공략 전략이 효과를 거뒀고 내수 촉진 정책에 힘입어 국내
판매도 호조였다. 혹독한 구조개혁의 효과가 가시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치 급등 속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았던 일본 기업의 저력을 새삼 실감한다.
▷아사히신문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소니 등
한일(韓日) 4대 전자업체의 실적을 비교한 기사에서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굳힌 듯이 보였던 한국 전자업계에 변조(變調)의 조짐이
나타나고, 일본 전자업계가 1강(强)인 삼성전자에 밀리기만 하던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3분기(7∼9월)
LG전자는 적자였고 삼성전자는 일본 경쟁업체보다는 영업이익이 많지만 2분기보다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느긋해할 처지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경쟁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치명적 패배로 이어진다. 일본 기업들의 대반격에 맞서 우리 기업들이 한층 긴장하면서 품질
가격 마케팅 노무 전략을 점검하고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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