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년 새 4배로 늘어난 노인요양시설의 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르다. 급격한 노령화로 가정이 아닌 요양시설에서 전문적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설과 제도 등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2007년 647곳에서 지난해 2627곳으로 4배로 늘었다. 병상수도 같은 기간 2만4171개에서 8만3324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요양급여만 노린 부실한 시설도 생겨나 황혼기의 삶을 비극으로 내몰고 있다.

12일 경북 포항시 인덕노인요양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는 할머니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것은 노인요양시설의 단기간 확대에 따른 예고된 재난이었다. 총면적 400m² 미만인 건물은 소방법에 따라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설치가 면제돼 있다. 딸의 주민등록을 빌려 취업한 60대 야간안전관리사는 화재 사실을 119가 아닌 인근 연구소 경비실에 알렸을 정도로 초기 대응이 서툴렀다. 도움을 받지 않으면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의 거주공간임에도 긴급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없었다.

인덕노인요양센터는 지난해 전국 1194곳의 장기요양기관 입소시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평가에서 5등급 가운데 평균 정도인 C등급을 받았다. 이보다 시설 환경 안전관리가 낙후된 곳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입소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다 보니 시설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안전하고 질 좋은 서비스 제공에는 소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노인요양시설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자(1∼3등급) 가운데 중증(重症)인 1, 2등급만 입소할 수 있다. 경증 노인이 함께 있었다면 이들의 도움을 받아 중증 노인도 대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노인요양시설의 96%가 민간시설이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요양시설을 민간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종사자의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안전 및 운영평가 결과를 공개해 노인들이 좋은 시설을 찾아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력이 신장됐다는 나라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노인들이 참변을 당했다.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편안한 환경에서 수명을 다할 수 있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노인요양원의 예약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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