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2만 명, 김정일 왕국 흔드는 통일의 傳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목숨을 걸고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11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북한 정권의 억압과 주민의 굶주림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증인이다. 탈북자 한 명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척을 10명이라고만 계산해도 최소한 북한 주민 20만 명이 탈북자들의 영향권 안에 든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정책을 펴도 대다수 북녘 동포가 김정일 정권의 선전이 새빨간 날조임을 모두 알게 되는 시기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의 교류를 통해 남한의 발전상을 전하고 지옥 같은 북한의 삶을 깨닫게 하는 전령(傳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탈북자가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면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강고해도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다. 탈북자 이민복 씨는 풍선으로 전단을 날려 북한 주민에게 남쪽의 소식과 김정일 정권의 죄악상을 알리고 있다. 탈북자를 통한 남북한의 소통은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소중한 발걸음이다.

독일이 동서로 분단돼 있을 때 동독 국민은 서독과의 인적 교류, 방송 시청 등을 통해 앞서가는 서독과 낙후한 동독의 실상을 파악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은 변화를 갈망하는 동독 국민의 여론이었다. 동독 정권은 국민의 거대한 압박을 못 이겨 내고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민을 빈곤과 기아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도 핵 개발과 3대 세습을 획책하는 북한 정권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 주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져야 극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탈북자들이야말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봉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도 많지만 상당수는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 고용률은 41.9%로 남한 전체 평균 59.3%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과 기업의 편견도 탈북자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 모두가 탈북자들을 ‘우리 이웃’으로 인식하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의 탈북자 정책도 정착을 지원하는 소극적 대책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세력’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자들은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사회 통합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독 출신이다. 우리도 메르켈처럼 통일 후 한국을 위해 기여하는 북한 출신 인재를 기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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