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목회·그랜저·대포폰, 동일 수사원칙 지켜야

검찰은 청원경찰법 개정을 대가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집단 후원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들의 전직 보좌관 등을 체포했다. 검찰은 청목회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제 발이 저렸던지 후배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해주고 그랜저 승용차 대금을 받았다는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할 특임검사를 임명했다.

청목회 사건이든 ‘그랜저 검사’ 사건이든 검찰의 책무는 정치적 고려가 없는 정도(正道)수사에 있다. 야당이 재수사를 촉구하고 여당 일각에서도 문제점을 거론하는 ‘민간인 사찰’ 사건은 말할 것도 없다. 청와대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에게 ‘대포폰(차명폰)’을 지급한 이유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 경위, 사찰의 배후 여부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풀려야 한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못하면서 국회의원 사무실에 대해 요란한 수사를 벌이니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그랜저 검사’ 사건의 관련 검사 2명도 무혐의 처리해 의문을 남겼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노환균 지검장은 문제가 된 사건 청탁과 관련해 “후배 검사에게 사건을 어떻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의례적 수준에서 언급했을 뿐”이라며 “승용차 값도 대납한 게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특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면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고질병 수준이다.

청목회 수사에 대해 야당이 조건반사적으로 ‘정치 검찰’ ‘야당 탄압’을 외치며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도 낡은 정치 행태다. ‘후원금 쪼개 내기’를 금지한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 자신이 만든 법이다. 청목회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가족 친지 이름의 10만 원짜리 소액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청원경찰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면 정치자금법에 위배된다. 자숙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응해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것이 국민의 대표답다.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이 정치적 탄압이라도 받는 것처럼 쇼를 하는 후진적 행태는 이제 단절할 때가 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문제가 있다면 개정 논의는 수사를 받고 난 다음의 일이다. 청목회로부터 집단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물론 여야 지도부까지 나서 검찰을 향해 목청을 높이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혀를 찬다. 여야를 초월한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놀라울 정도다. 관련 의원들은 정정당당히 검찰의 조사를 받고 검찰은 흔들림 없는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