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명건]제2국민연금기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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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3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먹고살기도 어렵던 20년 전의 7.6명에 비해 네 배로 급증했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근면하고 성실해 호전적 북한과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독립한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이 됐다.

중산층 몰락에도 사회안전망 없어

이러한 기적을 일군 세대가 절망 속에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게 됐다. 65세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가 넘었으며 노인자살률도 가장 높다. 세계 최대의 자살국가가 된 데에 가장 큰 원인은 경제파탄이다. 예상치 못했던 세계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의 영향이 크다. 평범한 중산층이 집 한 채 마련하고 수억 원을 저금해 이자수입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하던 소박한 재테크로는 더는 살 수 없게 됐다. 국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래서 제2의 국민연금기금 창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490만 명에 불과하지만 소득수준은 1인당 9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2개의 국민연금기금이 있다. 하나는 모든 선진국이 운영하듯이 소득의 일부를 적립해 운영하는 연금기금이고 다른 하나는 1970년대에 개발한 북해유전의 수입을 기금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기금이 320조 원으로 1인당 640만 원에 해당해 노르웨이의 19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급격한 중산층의 몰락에 따른 사회적 비극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유아, 노약자, 극빈자 및 중병환자들을 구제할 추가적 연금기금, 즉 제2국민연금기금이 필요하다. 제2국민연금기금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인 나라에서는 토지를 창조해야 한다. 세계인구와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땅값이 비싼 서울 근처인 경기만을 간척하면 적어도 1500조 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강화도에서 연평도와 덕적도에 이르는 49억5000만m²의 해역은 평균수심이 10여 m에 불과하므로 간척비용이 3.3m²당 수십만 원이지만 100만∼200만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350km에 이르는 방조제에 1050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국내 발전량의 14%인 10.5GW를 공급해 연간 3조4000억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있어서 수도권의 도시경쟁력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귀중한 국가자원이다. 이를 근시안적 균형발전 논리로 약화시키는 것은 한국의 발전을 시기하는 세력을 도울 뿐이다.

수도권 간척-풍력으로 재원 마련

인류문명이 씨족사회에서 부족국가를 거쳐 민족국가를 이뤘듯이 이제는 세계국가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은 수천 년 동안 주변국가에 예속되어 살았던 지정학적 악조건이 사실은 세계의 중심에 위치한 축복이었음을 뒤늦게라도 깨닫고 그 이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제2국민연금기금을 기반으로 산업구조의 개편에 따른 실업자를 재교육시켜 전업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노동인구의 2%가 되는 농민을 위해 98%의 비농업 인구에게 국제시세의 두 배에 이르는 생계비를 강요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용을 경직시켜 생산성과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임금을 높이는 노사관계가 개선되고 외국기업의 유치가 용이해진다.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두 배나 높은 법인세와 소득세도 낮춰 전 세계의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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