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따른 軍사고, 민간기업이라면 지탱할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하필이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 11일부터 육해공군에서 돌아가며 사고가 났다. 회의 첫날인 11일 야간 경비작전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가던 해군 고속정이 어물 운반선과 충돌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둘째 날인 12일에는 초저공 침투훈련을 하던 공군 RF-4C 정찰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16일에는 육군 장갑차끼리 추돌해 4명이 다쳤다. 17일에는 우리 군의 ‘호국훈련’ 준비를 위해 사전 정찰을 하던 육군 고무보트가 침몰해 3명이 숨졌다. 민간기업에서 이처럼 사고가 잦으면 그 기업이 지탱이나 할 수 있겠는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옛말이 있듯이 어느 나라 군대에서든 훈련이나 작전 중에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우리 군은 이런 사고가 날 경우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훈련을 중단하지만 미군은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훈련도 전투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22일 시작되는 ‘호국훈련’도 고무보트 사고가 났다고 해서 중단할 일이 아니다.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사고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사고 빈발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군의 기강이나 임무수행 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전투 중에 목숨을 잃은 것도 아니고 평화 시에 병사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니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도 불안하다.

해군 공군에서 장비를 다루는 인력은 전문성을 갖춘 기술 부사관들이지만 육군에서는 주로 입대한 지 2년도 안 되는 단기복무 병사들이 장비를 다룬다. 장갑차와 고무보트 사고를 낸 병사들도 의무 복무자들이다. 첨단 군 장비를 다루려면 충분한 숙달기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의무복무 기간이 단축되면서 장비를 다루는 데 익숙한 병사들이 크게 줄었다고 군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반면에 직업군인이 주축인 해군과 공군의 사고는 복무기간 단축을 핑계로 내세우기 어렵다.

공군기의 경우는 41%가 작전 수명을 넘긴 낡은 것들이다. 해군 함정의 상당수도 30년을 넘긴 것이어서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민과 정부, 국회가 낡은 장비를 바꾸기 위한 국방예산 확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예민한 신형 장비는 더욱 정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어떤 장비든 장병들의 숙련도가 떨어지거나 정신상태가 해이해지면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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