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減稅 반대하며 공기업 감세는 앞장서는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국회는 공기업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기존 건물과 땅을 팔고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할 때 부동산양도세를 100%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세금을 줄여주는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세금을 전액 감면해주는 조치는 문제가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2년까지 전남 나주로 이전할 한국전력의 경우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본사 건물을 팔 때 예상되는 약 1조5000억 원의 차익에 대한 3100억 원가량의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혁신도시 이전 대상 157개 공기업이 한국전력처럼 감면받는 양도소득세가 줄잡아 1조 원을 훨씬 넘는다.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은 양도세 외에도 여러 법인세 감면조치의 혜택을 받게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공기업 이전계획이 발표된 이후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과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법인세를 7년 동안 100%, 그 후 3년간 50%를 감면받게 돼 있다. 법인세 감면에 이어 추가로 양도세까지 이중으로 감면을 받는 것은 지나친 특혜다. 공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개정안은 올해 9월 30일 민주당의 정범구 최규식 백원우 최인기 박주선 김재윤 이미경 전현희 이춘석 최규성 의원,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등이 발의했다. 이 중 정범구(충북 음성)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박주선(광주 동구) 김재윤(제주 서귀포)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김형오(부산 영도) 의원은 공기업이 이전하는 혁신도시가 지역구에 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올해 7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減稅)’로 국세 수입이 감소해 지방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감세 철회를 정부에 촉구했다. 당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감세를 반대하는데 소속 의원들이 재정 형편엔 아랑곳없이 감세 특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율배반이다.

올 들어 그리스 아일랜드 같은 일부 유럽 국가는 재정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다. 재정이 튼튼해야만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 우리 재정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는 건실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급속도로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말로는 재정 악화를 걱정하면서 포퓰리즘적인 감세를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영균기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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