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노벨상 시상식 훼방과 R.O.KOREA 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중국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각국에 요구해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노르웨이 주재 각국 대사가 참석하는 것은 오래된 외교적 관례다. 다른 나라의 통상적인 외교 업무를 간섭하려는 중국의 태도는 명백한 주권 침해다.

12월 10일 열리는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는 상장과 메달이 수여되지 않는 희한한 상황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수상자인 류샤오보와 가족 친척의 노르웨이 방문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예이르 루네스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류샤오보 또는 그의 가족이 참석하지 않으면 상장과 메달을 수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메달과 상장을 받을 사람이 불참하는 경우는 1935년 나치독일 치하의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츠키 이후 처음이다. 1991년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는 남편이 대신 받았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부인조차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6개국 외교관들은 중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일본도 참석 결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는 아직 노르웨이에 통보는 하지 않았지만 참석할 방침이라고 한다. 관례대로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로서 중국의 압력에 눌려 시상식에 불참할 수는 없다.

중국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영문 국호를 멋대로 바꾸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 개막식 날 한국 선수단은 ‘R.O.KOREA’라는 국명이 적힌 표지판을 들고 입장했다. 중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등록된 ‘KOREA’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사용되는 ‘Republic of Korea’도 무시했다. ‘DPR KOREA’로 표기하는 북한을 의식해 엉뚱한 영문표기를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 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못된 표기를 고치지 않고 있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태도다.

정부는 중국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영의 박태환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지만 ‘R.O.KOREA’를 바라보는 국민은 자존심이 상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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