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박종민]학교선 F학점, 인생은 A학점인 친구를 보며

얼마 전 청계천문화관에 다녀왔다. 7080 영화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옛 영화에 대한 호기심에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고교 얄개’ ‘별들의 고향’ 등 지금 세대에게도 널리 알려진 영화 포스터가 줄지어 전시된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F학점의 천재들’이란 영화였다. 1981년 정회철 감독이 만들고 원미경 씨가 주연을 맡은 멜로영화다.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F학점의 천재들’이란 제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4점대 이상의 학점과 900점 이상의 토익점수가 입사지원자의 기본스펙이 된 지 오래다. 언론에서 현재 대학생들을 일컬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세대라는 표현을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과연 높은 스펙을 갖춘 학생이 취업을 잘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초등학생 때 천재가 중학생 때 수재가 되더니 고등학생 때 모범생으로, 대학생 때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학업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학창시절 공부는 못했지만 특기가 있던 친구, 싸움만 했어도 특유의 끼가 넘쳤던 친구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 바로 F학점의 천재이다.

고시 준비가 아닌 이상 도서관에서 공부에만 전념한다고 취업이 잘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기업에서 학점, 토익보다 자기소개서를 더 중요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갖추고 취업하려는 요즘 세태에 자신만의 무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시절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취업역량을 높이는 데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F학점의 천재는 대부분 학업과는 별도로 풍부한 인생경험을 갖고 있다. 어쩌면 취업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A학점의 바보보다는 F학점의 천재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박종민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