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할을/나는 학교에서 배웠지/아마 그랬을 거야/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중략)/그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 데/가장 도움을 준 것은/그런 많은 법들 앞에서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극본을 쓴 시인 유하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란 시에서 묘사했듯 과연 학교는 상상력의 무덤인가.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처럼 학교는 아이들에게 ‘벽(壁) 속의 또 다른 벽돌’일 뿐인가.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아무도 잘 모르는 공간이 학교다. ‘아이의 사생활’ ‘10대 성장보고서’ 같은 교육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교육방송(EBS)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10부작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의 와중에도 조용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제 방영된 8부의 제목은 ‘0.1%의 비밀’. 제작진은 전국 164개 학교의 전교 1등을 포함한 1200명의 학생과 학부모 800명을 대상으로 의식과 습관을 조사하고 그중 0.1%에 속하는 아이와 부모 20명을 심층 취재해 공부 잘하는 비결을 알아봤다. 비결은 놀랍게도 아이의 집중력과 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였다.
▷5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진한 감동을 주었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5명의 초중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숱한 애로를 겪고 있었다. 지각을 일삼고, 수업시간에 자고, 교사가 들어와도 알은체도 안하는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런데 6개월간의 코칭을 통해 교사들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꾸중보다는 칭찬을 하고, 교단 앞에 서 있기보다는 교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사가 달라지자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가 예뻤다”는 한 여교사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시큰해졌다.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깨우다간 얻어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요즘 학교의 현실이다. 그런다고 학교를 없애버리고 학원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학교를 살릴 길은 교사와 학교에 대한 믿음뿐이다. 학교가 아이들과 학부모의 믿음에 답하자면 교사들이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실증적으로 잡아낸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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