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태주]온실가스 배출권거래 도입해야 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비용효과적 달성과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적극적 대비를 목적으로 지난주 입법예고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높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본격적인 탄소시장의 출범을 반기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기도 전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일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탄소시장의 구축이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다수 선진국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교토의정서를 기초로 국제적인 탄소시장도 정착단계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연평균 2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금액은 2009년 기준으로 약 170조 원에 이른다. 문제는 배출권 거래제도를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이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 혹은 에너지 사용량에 대하여 양적 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해진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사업장은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이는 가장 경직적인 형태의 직접규제로서 사업체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유도하기에는 심각한 한계를 갖는다. 사업장은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기 위해 노력할 인센티브가 없으며, 불가피하게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규제 위반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배출권 거래는 사업장별로 여건에 맞는 배출삭감 능력을 발휘하여 시장 가격에 따라 최적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고, 삭감 여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배출권 구매를 통해 타 사업장의 삭감 노력을 보상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최소 비용으로 감축목표를 이행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결과에서도 배출권 거래를 도입할 경우 사업장의 비용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됐다. 이러한 이유로 목표관리와 같은 직접규제보다는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기반 유인제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환경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다.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우선 시행하도록 한 이유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시행을 전제로 정확한 배출량 데이터베이스(DB)와 효율적 행정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과도기적 이행과정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배출량 DB와 행정 인프라의 구축은 그리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후의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명확한 정책 방향과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빠를수록 좋다. 2020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효율적 이행을 위해서 현재 입법예고안이 제시하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시점 2013년은 결코 이르다고 볼 수 없다.

배출권 거래제도에 기반을 둔 탄소시장의 활성화는 저탄소 녹색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의 동력을 확충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배출권 거래규칙의 마련을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국내적으로 탄소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대외적으로 선진국·개도국을 아우르는 시장연계와 정책협력을 가속화함으로써 다가올 탄소경제시대의 대비는 물론 전 지구적 기후협력에 우리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박태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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