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종현]국민에 전시-재난 알릴 통합체제 구축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이후 상황을 보면서 신속한 정보제공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국가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포격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서둘러 마을이나 학교 지하 등에 설치된 대피소로 피했지만 이후 진행되는 상황은 전혀 모른 채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전기시설이 피격되면서 대피소에서는 촛불에 의지해야 했고 정전으로 이동통신시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통신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를 필두로 각 방송사가 특보체제로 전환해 사건 전개상황을 시시각각 전달했지만 정전상황에서 TV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보 두절로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을 뿐 아니라 대다수 주민이 아무 대책 없이 섬을 탈출하려 하면서 큰 혼란을 불러왔다.

이런 상황은 태풍이나 기습폭우, 지진 등 자연재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보기관과 방송사 등 관련 기관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협력 속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해 위험지역의 국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해야 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번 피해가 크다.

전시, 재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좋다. 지상파 TV를 비롯해 라디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유무선통신 등 가능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엮고 묶어야 한다. 국민의 생활패턴과 방송통신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기존 고정형 매체보다는 이동하면서 휴대가 간편한 매체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지금은 많은 국민이 자동차를 이용하고 야외활동을 자주 하면서 이동, 휴대 매체를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디오나 DMB를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라디오나 DMB는 정전 및 야외활동 상황에서도 동시에 광범위한 지역에 신속하게 재난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하철이나 터널, 지하도 등에서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다.

국제사회도 모바일, 휴대 매체를 통한 재난방송의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자연재난재해가 빈발하는 동남아시아 주요국에서는 DMB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고 노르웨이 등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기술을 도입해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방송연맹(ABU)은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국 정부와 방송사가 재난경보방송망 구축을 위한 노력과 재원 지원에 나서야 하며 제조사가 재난경보방송 수신기를 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라디오나 DMB의 재난방송 활용도가 높음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터널이나 지하도 등에서 이들 매체로 재난방송을 수신하기는 쉽지 않다. 방송중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나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DMB를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터널과 지하철 등에서 라디오와 DMB로 재난방송을 원활하게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조속히 처리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송종현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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