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4.3%로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경기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0가지 지표 가운데 9가지가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돈이 많이 풀린 덕에 주가가 오른 것을 제외하고 기계수주액 자본재수입액 건설수주액 구인구직비율이 모두 적신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3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는 상승세가 이미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재 정점 근처에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5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4.2%로 하향조정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치밀한 경기 대응이다.
내년 우리 경제에는 악재가 많다. 내부적으로는 수출 주력산업의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화학 등 대표적인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거뒀지만 부진했던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구조조정에 이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 내년에도 실적이 좋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투자는 부진했다. 환율 효과도 사라져 기업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돼 있다. 남북 관계의 긴장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미흡해 우리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 및 무역전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9월 중국-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발효로 중국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경제성장이 돼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성장을 강조했다. 빨간불이 들어오는 경기를 떠받치려면 수출에서 부진한 부분을 내수 진작으로 메워야 한다. 그제 윤 장관은 “내수 기반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7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서비스산업이 정부의 개방 확대 대상에서 비켜나 있고 국내 경쟁도 활발하지 않아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내수를 키워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는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경쟁 예외 구역으로 방치해놓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