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청목회 수사대상 의원들, 스스로 면죄부 만들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후원금 명세만 공개하면 후원 주체 및 목적에 관계없이 돈을 준 쪽이나 받은 국회의원을 모두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백원우 법안’이 초고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본보 3일자 A8면 보도 참조
정치자금 ‘치외법권지대’ 만드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 의원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법안은 ‘국회의원특례법’ ‘후원금 불벌법(不罰法)’ ‘후안무치한 직업이기주의법’이라는 등의 국회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법화가 진행되고 있다.

법안 발의 이틀 뒤인 2일 행안위 정치자금제도개정소위원회는 ‘6일 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일괄처리해 7일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같은 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백원우 의원 법안에 의원들의 동의를 구한다”는 지지 발언까지 나왔다. 백 의원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 다수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고 있어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 이내 처리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런 ‘목표’가 현실화되면 발의에서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채 열흘도 걸리지 않게 된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북 결의안이 95일 만에, 그것도 상당수 야당 의원이 불참하거나 반대한 가운데 채택된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속도와 일치단결이다. 법조계에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대폭 강화한 것이어서 ‘위헌’이란 지적이 적지 않지만 여야는 법률적 검토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진행되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수사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은 ‘법 개정이나 폐지로 법률상 처벌 조항이 사라지면 법률의 소급 적용 여부와는 별개로 재판이 시작되더라도 면소(免訴)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설령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 없이 재판이 끝날 수 있다.

개정안을 다루고 있는 행안위는 청목회 수사의 입법 로비 대상이 됐던 곳이다. 현재 행안위엔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 등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개정안 발의자에는 수사 대상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개혁을 외치던 친노 386그룹의 대표격 의원(백 의원)의 대표발의로 시작된 개정안의 탄생부터,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앞장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 개정을 시도하는 진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권의 후안무치가 끝간데를 모르는 것 같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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