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안보강국 이스라엘의 비결은 무기보다 자위의식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한국은 왜 자국민을 잃고도 북한에 ‘즉각 대응’을 하지 않나.”(이스라엘 시민)

“한국의 이번 일은 이스라엘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양국은 각각 북한, 아랍 적대국과 대치 중이란 공통점이 있다.”(이스라엘 방위사업체 관계자)

“우리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공분(公憤)한다. 이란과 손잡고 나쁜 짓(무기협력)을 하는 북한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적이다.”(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지난 한 주 동안 이스라엘에 머물렀다. 가는 곳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이슈였다. 기념품 구입을 위해 들어간 한 작은 상점의 주인조차 기자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북한 일은 어떻게 돼 가느냐. 한국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정부 관계자나 언론인도 아닌, 일반 시민까지 자국에서 8000km나 떨어진 지역의 분쟁에 이토록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스라엘의 방위력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전투기, 정찰위성, 레이더 추적 장치, 무인항공기 등 방어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자력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방위 ‘기술’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은 안보에 대한 그들의 ‘의식’이었다.

적대적 관계의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늘 전쟁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한국처럼 군 복무가 필수고, 예비군제도도 운영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예비군 운영은 한국과 차원이 달랐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인들이 제대 후 매년 복무했던 군부대에 직접 가 꼬박 한 달간 신무기 사용법과 업데이트된 전술을 익힌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전쟁이 터져도 즉각 자신의 자리에서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진짜 훈련’을 받는다는 얘기였다.

민방위 훈련 역시 철저히 ‘현장형’이었다. 한 주민은 “법적으로 모든 주택이 벙커를 갖추도록 돼 있다”며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쟁이 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기습 포격공격을 받을 때 대피요령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전쟁 나면 예비군은 어디로 가나요’란 질문엔 ‘글쎄요. 문자로 알려주지 않을까요’란 답이 달려 있다. ‘시민들은 어디로 가나요’란 물음에 ‘소시(소녀시대) 숙소로 가라’고 한 황당한 답도 있다.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 이것이 한국의 안보의식 현주소다.

한국이 이스라엘과 같은 안보 강국을 꿈꾼다면 첨단 무기를 사들이는 것만큼이나 무너진 안보의식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스라엘에서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