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이경]봐주기식 ‘교원평가’ 부끄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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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투철한 사명감과 전투력을 지닌 군인이 필요하다. 이는 연평도 사태를 들먹이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국제적 교육 경쟁에서는 교사가 군인에 해당한다.

인건비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 부문에서 교사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무성론이 강조되면서 교직과 교사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압력과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다. 교육이 잘되려면 반드시 교사를 움직여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어떻게 해야 교사들이 움직일 것인가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교사평가는 교사를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교사평가 방식과 결과를 활용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표준화시험을 치르게 하고, 시험 성적으로 드러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교사들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지는 교사 부가가치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지도력부족교원 평가 또한 이러한 국제 동향을 반영하는 사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대전제에 대한 처절한 현실 인식의 결과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교사평가 전략을 채택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처벌의 도구가 아니라 교직 입문 당시 우수했던 교사가 퇴직 때까지 우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왔다. 평가시안은 교육 공동체가 참여하는 다면평가 형식으로 마련됐다. 10년에 걸친 논의와 5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0년 3월부터 전국의 초중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만들고 시행하는 교육정책도 많은데, 참 긴 세월을 거쳤다. 숱한 공방과 갈등 속에서도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기본 취지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올해 처음 전면 시행한 교사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언론은 교사끼리의 봐주기식 평가 혹은 교사 간 온정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동료교원이 평가한 결과와 학생·학부모가 평가한 결과의 간격차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올해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다. 2009년 3121개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분석 등 그동안 계속 제기됐던 문제점이다.

교사 사이에서 봐주기식 평가가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호 불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교사 때리기’가 한창인 시점에 교사들은 평가 결과로 자신이나 동료가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인사조치 자료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시범운영 초기부터 정부는 공언했지만 믿지 않는다. 정부 또한 학부모의 정서를 핑계로 틈만 나면 교사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사에게 따끔한 맛을 보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전전긍긍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교원평가는 본래의 취지를 담아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동반자인 교사들과의 신뢰와 소통이다.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수많은 교육개혁 과제는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교원 역시 시간당 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교수 전문가이자 만인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 헌신감,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이러한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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