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장대익]지구의 생명체 얼마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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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원작을 영화화한 ‘콘택트’는 이런 대사로 끝을 맺는다. “우주는 너무나 광활하죠. 만약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죠.” 올 한 해 유난히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과학자의 논의가 활발했다. 영국왕립학회의 회장이며 천문학자인 마틴 리스 경은 몇 차례의 학술회의에서 “외계인이 우리를 이미 주시하지만 인식의 한계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고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에 각각 수억 개의 별이 존재하므로 지구에만 생명체가 진화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는 올 한 해에 있었던 외계생명체 논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례적인 기자회견이라 외계인의 시체라도 나오는 게 아닌가 내심 기대했던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발표장에는 달랑 기묘한 박테리아 하나뿐이었다. 이 박테리아(GFAJ-1)는 비소(As)가 많은 미국의 호수에서 발견됐는데 DNA 구성 성분으로 인(P) 대신 독극물질인 비소를 쓰는 희한한 생명체였다.

대체 얼마나 새롭고 이질적이기에 NASA가 나섰을까? 사실 인과 비소가 주기율표상으로 같은 족에 있는 원소라서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또한 극한 환경에 처한 박테리아가 ‘이 대신 잇몸’처럼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 사례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발표가 연구비 증액을 위한 깜짝쇼에 불과했다는 해석부터, 최근 터진 위키리크스 폭로로부터 전 세계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위장술이었다는 음모론까지 반응이 다양하다. 물론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연구비는 틀림없이 더 늘어갈 것 같다. 비소 박테리아의 발견은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더 혹독한 환경의 외계 행성도 탐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독극물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를 산업에 응용해 보려는 합성생물학적 연구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발견은 직접적인 과학적 함의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더 심화된 인문학적 물음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는 주위에 이미 있던 미생물을 새롭게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외계생명에 대한 인식의 지평도 넓히게 됐다. 남(외계생명)의 존재를 탐구하려는 시도가 나(지구생명)의 존재에 대한 지식에 의존해 있는 것이다. 나를 잘 모르면 남도 잘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 나와 남이 이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이롭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 지구생명체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지구에는 현재 1800만 종이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 종에 대해 우리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미국 하버드대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사람이 협력하여 생명백과사전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에 관한 사전을 온라인상으로 만들어 보자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생태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하여 자신의 주변에 있는 종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런 꿈같은 일이 몇 해 전에 실현되어 현재 빠르게 항해 중이다(www.eol.org). 취지에 공감한 세계 유수 재단이 기금을 모아 5000만 달러를 지원한 덕에 최근까지 4만 장 분량의 지식이 등록됐다. 비소 박테리아의 발견은 한 장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다. 이번 발견이 오히려 우리 내부를 향해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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